밤마다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노병: 렘수면행동장애

관리자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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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세의 박모씨는 20대 초반에 월남전에 참전하여 수색 작전 중 베트콩이 던진 수류탄에 박모씨를 제외한 전 부대원이 몰살하였으나, 다행히 박씨는 중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 귀국 후 전역하였다.

문제는 이 후부터 밤마다 전장의 한 복판에 서서 쫓고 쪽기는 악몽을 매일 꾸다시피하며 비명을 지르거나 약을 쓰는 등의 잠꼬대와 함께 꿈 속의 행동을 실제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결혼 후에 부인과 함께 잠을 자면서 자신의 문제가 심각함을 전해 듣게 되었다.

사고가 난 날도 지금은 얼굴에 주름실이 패이고 어느덧 흿머리카락이 듬성 듬성한 60여세의 노쇠한 노병이지만, 꿈속에서는 과거의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의 한 복판에서 삶과 사의 사이를 오가는 꿈을 꾸곤 하던 중 그날도 문대원들과 작전을 나갔는데 베트콩이 던지는 수류탄을 자신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는 "피하라"는 소리와 함께 자신도 펄쩍 길 옆으로 개구리처럼 뛰면서 피했는데 격심한 통증과 함께 깨었더니 머리 맡에 있던 부인의 화장대 모서리에 허리가 얹혀 있었고 심한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119 구급대원들에 의하여 종합병원으로 옮겨진 박씨의 진단은 외상에 의한 요추골절로 하지가 마비되어 대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을 받은 후 입원실에서도 싸우는 꿈을 꾸면서 소리를 치고 주멱을 휘두르는 등 꿈의 내용을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에 병실의 타환자들로부터 농담의 대상이 되는 등 병원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허리의 상처가 웬만큼 아물 쯤 해서 담당 의사의 권유로 수면전문가인 저자를 찾게 되었다.

병력상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되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였고, 꿈을 꾸는 렘수면 중에 고함을 치며 손, 발을 치고 차는 행동을 보였다. 박씨에게는 렘수면행동장애란 진단이 내려졌고, 약물을 투여한 결과 즉시 수십년 경험하던 수면중의 난폭한 행동이 극적으로 소실되었다.

우리의 수면은 크게 꿈을 꾸는 렘수면과 꾸지 않는 비렘수면으로 나뉜다. 렘수면의 특징은 여러 가지 이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근육의 마비로 꿈속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는 나타내지 못한다. 이는 조물주의 지해로 꿈속의 내용을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박모씨의 경우 렘수면행동장애란 병이 있는 것으로 이는 꿈을 꾸는 렘수면 중 근육이 마비되지 않기 때문에 꿈에서 행동하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가끔 누군가에 쫓기는 꿈을 꾸어서 피한다고 했는데 밖으로 뛰쳐 나가곤 해서 자신을 밧줄로 묶고는 기둥 등에 연결하고 자거나 슬리핑 백에서 자는 사람 들이 있는데 이도 박모씨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렘수면행동장애의 경우 자신 및 옆에서 자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며 정확한 진단을 통하여 약물치료를 하면 예후는 매우 좋다.